
제로부터 시작하는 플라스틱 생활
[콩크 소재레터: 플라스틱 편] 리사이클 소재, 그중에서도 리사이클 플라스틱의 가공 방식에 따른 사용 사례와 함께 소재를 살펴봅니다.
2023년 6월 21일
콩크 소재 레터
소재 고민을 품은 자들의 종착역, 콩크 라이브러리. 디자이너들이 품은 수천 가지 소재 고민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 그 대답과 과정을 공유합니다.
“팝업 위주로 프로젝트를 맡아서, 한달 정도 설치하고 철거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때에도 쓸 수 있는 리사이클 소재의 선택지가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리사이클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무르기도 하고, 뭔가 다루기가 어려워요. 사용에 제약도 많고요.”
입맛 맞춰 구워보는 플라스틱
세상일은 일장일단,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이라고들 한다. 또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되곤 한다. 오늘 주제인 플라스틱만 봐도 그렇다. '가볍고 말랑말랑해서 가공이 쉽고, 열을 가하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다'라는 장점이 '쉽게 휘어지고 재단이 까다롭다'라는 단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연한 특성 덕에 플라스틱은 녹여서 다시 쓰기 편하지만, 판재 형태로 굳히고 나면 그 유연함 때문에 쉽게 휘어지는 데다가 수축과 팽창의 폭도 크다. 한마디로 공간과 가구에 쓰기엔 약하다.
플라스틱은 보통 자잘하게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소재로 재활용된다. 녹이고, 섞고, 굳히는 과정이 빵을 굽는 것이나 곡식을 빻는 것과 비슷해서인지 리사이클 과정에서 설정하는 미세한 값들을 '레시피'라고 부른다. 세상의 많고 많은 리사이클 플라스틱 레시피들 중 이 연약함을 해결한 사례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Recycled Plastic Chair, Peggy Gou X Space Available
버려진 플라스틱 20kg을 녹여서 시트로 만들고 재단했다. 시트를 만들 때 플라스틱이 완전히 응고되기 전 휘저어 나선형 패턴을 만들었다. 나사, 스테이플러, 접착제 없이 단일 재료로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전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Kerf Plastic, 구오듀오
목재를 구부릴 때 사용하는 기법인 ‘커프 벤딩(Kerf Bending)’을 리사이클 플라스틱 패널에 적용해 접착제, 화학 공정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었다. 가공으로 소재의 가능성을 탐구한 예

Menhir, Dirk van der Kooji
유화 같은 표면을 가진 리사이클 플라스틱 테이블. 자체 개발한 프레스, 폐업한 자동차 공장에서 구입한 기계팔으로 산업폐기물, 버려진 CD 케이스, 가전, 초콜렛 몰드를 압축해 만들었다.

Chubby, Dirk van der Kooji
녹인 플라스틱을 3D프린터에 넣고 인쇄해 만든, 재활용 소재 같다는 느낌이 덜한 의자. 3D 프린팅으로 의자를 만들자니 편안함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Reefy, 로우리트콜렉티브
안동 대마 재배 지역에서 나오는 햄프 부산물과 폐플라스틱을 합성한 재료를 3D 프린팅 해 제작한 모듈형 파티션.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전시장의 설치 구조물들을 대체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온가족이 좋아하는 특급레시피
리사이클 소재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보통의 소재들과 내구성, 사용성, 심미성 측면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지 앞으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위의 레퍼런스에서 폐플라스틱을 고압으로 프레스 하거나 3D 프린터에 넣어 리사이클한 사례는 다소 색다르게 느껴지는데, 이와 같이 적합한 가공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갖춘 플라스틱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소재 중에서는 강한 내구성으로 건축 외장에까지 쓸 수 있는 리사이클 플라스틱도 있다. 다양한 레시피와 강도를 가진 리사이클 플라스틱들을 모으고, 가공성, 특별함, 내구성, 친환경성을 종합적(+주관적)으로 판단해 '콩슐랭지수'를 매겨 소개하려고 한다. 아, 소개된 소재들 중 (2), (3)은 철거 후 업체 측에서 수거하여 무한 재활용하기 때문에 짧은 주기의 프로젝트에도 사용하기 좋을 것이다.

(1) 폐플라스틱 테라조 판재
콩슐랭지수 ★★★☆☆ / 총평 꽃보다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을 압축해 만든 판재다. 마치 꽃잎을 넣어 굳힌 것 같은 패턴이 매력적이다. 380*380mm 사이즈 단위로 구매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 용도로 사용할 만큼 강하진 않지만 팝업스토어 내부나 집기에 사용하기엔 충분하다. 디피했던 판재를 분쇄하여 새로운 판재로 재활용한 사례가 있다.
(2) 재활용 플라스틱 패턴 화분
콩슐랭지수 ★★★☆☆ / 총평 예뻐서 샀는데 재활용이었다니
범상치 않은 패턴을 가진 리사이클 플라스틱 제품 샘플. 패턴 6가지에 컬러 커스텀을 제공한다. 업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몰드를 사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몰드를 제작 주문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내년 중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는 판재 형태의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3) 티끌 플라스틱 보드(+ 티끌 플라스틱 피커)
콩슐랭지수 ★★★★★ / 총평 티끌모아 태산
벽마감재로도 쓸 수 있는 리사이클 플라스틱 판재. 면 위로 체결하거나 PP전용접착제로 직접 부착하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열처리로 판재의 휨을 방지했다. 난연처리도 가능하다. 선별장에서도 재활용되기 어려운 작디 작은 '티끌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염료를 첨가해 특정한 패턴이나 색을 주문할 수 있다.
(4) 슬래스틱(Slag+Plastic) 보드
콩슐랭지수 ★★★★☆ / 총평 웰컴 투 엘리멘트 시티!
폐플라스틱과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쇠찌꺼기를 융합해 개발한 소재.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운 화장방'에 외장재로 사용된 바 있다. 목재보다 가벼우면서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상판 등 어딘가에 피스로 부착하려면 미리 선을 내어줘야 할 정도. CNC 재단은 용이하다. 생소한 신소재이지만 앞으로의 쓰임이 기대된다.
시선을 잡아 끄는 패턴부터 목재보다도 강한 내구성을 지닌 신소재까지. 플라스틱의 필연적인 단점(?)들이 여러 방향으로 보완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진정한 의미의 자원순환을 꿈꾸며 철거한 소재를 수거해 재사용하는 업체들이 눈에 띈다. 업체에 의하면 필름을 붙이지 않거나 피스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단일 소재로 제작할수록 재활용이 쉽다고 하니 디자인 단계에서 고려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진정성과 노력으로 기존 재료와 호환될 정도로 진화 중인 리사이클 레시피 덕분에, 오늘의 고민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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