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3 Days of Design 2022

매년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어, 3days of design에서 만난 10개의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2022년 8월 8일

콩크 팀은 6월에 코펜하겐에 다녀왔어요. 6월 초 코펜하겐의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었어요. 아침에는 긴 팔에 스웻셔츠를 둘러도 추웠는데, 낮에는 덥고 짐이 많아 '내가 긴 셔츠를 왜 입었지' 하다가, 다시 또 비가 흩날려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 정신없이 다녔습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제가 꼭 가고 싶었던 장소였는데요. 아이코닉한 자코메티 조각상 앞 창문 뷰에서는 30분 동안 맘에 들 때까지 사진을 찍었어요. 역광이라 인물사진은 안 나왔지만, 마음에 깃든 만족감은 그대로 안고 돌아왔습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특히 조경이 가슴 벅찼습니다. 두어 시간의 일정으로는 한없이 부족했지만, 아름다웠던 그날의 기억은 사진만 봐도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Leap 팀 인터뷰도 무척 재밌었어요. 사과주스 찌꺼기로 대체 가죽을 개발하는 팀이었는데, 마침 코펜하겐에 있어 꼭 인터뷰 하고 싶어 출발 전에 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었죠. 이 부분은 다른 기획 콘텐츠로 길게 풀어보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3 Days of Design

이번 출장의 메인이벤트였던 3daysofdesign은 단 3일 열리는 코펜하겐의 디자인 페어로 도시 곳곳의 쇼룸에서 전시가 열립니다. 해당 쇼룸에서는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직접 디자이너와 만날 수 있거나 제품의 컨셉, 기획에 대한 세미나를 들을 수도 있어요. 코엑스나 킨텍스처럼 큰 공간에 모두 모여있는 전시는 집약적이라 시간 절약이 되는 장점이 있는데, 도시 전반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어는 200개가 넘는 스팟에서 열려 아무리 노력해도 다 볼 수는 없었어요. 오늘은 직접 봤던 여러 전시 중 최애 10개를 선정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오렌지 풍선, 3daysofdesign 2022
오렌지 풍선, 3daysofdesign 2022

1. The Audo

#커뮤니티호텔 #menu쇼룸 #디자이너사랑방 #소재라이브러리

The Audo는 가구 브랜드 Menu에서 만든 쇼룸이자 호텔이면서 컨셉 스토어, 카페, 라운지, 소재 라이브러리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요. Menu의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 회사와 협업하면서 바닥재, 벽 마감재, 텍스타일, 대리석 등 소재에 대한 쇼룸 역할도 겸하고 있어요.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을 시작으로 지역의 커뮤니티형 호텔은 많이 생겼지만, 이렇게 내부에 소재 라이브러리를 갖춘 호텔은 처음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단계에서 가구와 조명은 마지막에 선택하는 요소이죠. 그런데 소재 라이브러리, 코워킹 스페이스의 역할이 공간에 들어가면서, 크리에이터가 디자인을 구상하는 첫 단계부터 The Audo에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어요. 여기서 미팅이 진행된다면, Menu의 가구나 조명이 프로젝트 내부에 들어갈 확률이 많이 높아질 것 같죠? 콩크와 결이 맞는 부분이 있고, 1918년도에 만들어진 보트하우스를 개조해 내부 기둥의 고재나 창의 모양 등 유니크한 디자인도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아요. 콩크도 앞으로 더 성장하면, 라이브러리 외에 다른 기능들을 추가해 디자이너들이 유연하게 일하고 협업하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The Audo
The Audo

2. File under pop

#타일 #카운터탑 #자연스러움 #색감 #팝하고힙함 #파파팝파파압

핸드메이드 타일과 페인트 브랜드 두 가지 영역을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소재 회사 File uner pop입니다. 3daysofdesign에서 봤던 소재 회사 중 어떤 것이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면 Top 3 안에 들어가는 전시였습니다. 솔리드 컬러의 타일을 쭉 붙였을 때, 오묘하게 다른 톤온톤의 색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색감뿐 아니라 다양한 사이즈, 카운터 탑까지 적용할 수 있는 범위의 확장성 덕분에 디자인이 즐거워질 것 같아요. 가격은 사악하지만요. 2미터에 90cm짜리 테이블 탑이 싱크가 없는 경우 5,000유로, 싱크 포함이면 1만 유로의 가격이고, 4~6주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고 해요. 

색색의 솔리드 타일
색색의 솔리드 타일

3. Fritz Hansen

#프리츠한센 #150주년기념 #덴마크대표 #북유럽디자인

150주년 기념행사를 제대로 치른 Fritz Hansen은 빼놓으면 섭섭한 덴마크의 대표 브랜드죠. Fritz Hansen의 건물 뒷편의 정원과 파빌리온, 그 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조경이 무척 멋있었어요. 한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맞나? 싶은 압도적인 스케일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정원 중앙에 반투명의 폴리카보네이트와 목재로 박공 형태의 디자인으로 만든 파빌리온에서는 Fritz Hansen의 제품 전시가 열렸고 스낵 거리, 음료들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커피와 크라상을 뜯으며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절로 어깨춤이 나더라고요. Fritz Hansen은 존재만으로 '덴마크의 복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은 브랜드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손쉽게 하는 거대한 브랜드는 그동안 어떠한 길을 걸어왔을지, 150주년은 세대가 최소 5번 이상 교체되는데 어떻게 이렇게 지속가능한 디자인 브랜드가 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프리츠한센 파빌리온
프리츠한센 파빌리온

4. Fredericia

#아름다움 #독보적 #뵈르게모겐센 #스패니쉬체어

덴마크는 디자인에 있어서 역사가 깊은 만큼 100년은 거뜬히 넘은 가구 브랜드가 많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Fredericia입니다. 100년 이상의 전통 있는 기업으로, 덴마크 모던 디자인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가구 디자이너인 뵈르게 모겐센을 주축으로 하여 그들의 가구를 세상에 다시 선보이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인 J39, 스패니쉬 체어 모두 Fredericia와의 협업으로 탄생했어요. 이곳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감탄만 하고 찍어온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하지만 사진에 앉은 빛, 색감에서 유추되죠? 사실 진짜 예쁜 공간은 전혀 촬영을 못 해와서 이렇게 파편적으로 알려드릴 수밖에 없어서 무척 아쉬워요. 3daysofdesign을 가게 된다면 모닝 Fredericia 방문은 꼭 추천해 드려요. 쏟아져내리는 햇살, 가구, 사람 3박자가 절묘합니다. 

프레데리카 쇼룸
프레데리카 쇼룸

5. Vipp

#페달휴지통 #호텔도있지 #빕

1939년 창립된 덴마크의 대표 생활 브랜드 Vipp입니다. 빕의 핸드워시 디스펜서가 숙소, 카페, 도서관 곳곳에서 보여서 덴마크의 무인양품이라고 쉽게 이해했는데, 대표 제품인 페달 휴지통의 기본 가격이 30만 원이더라고요.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예쁜데 가격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빕은 이런 생활용품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주방 가구, 조명도 만들고 모듈식 주택까지 판매합니다. 덴마크에만 3개의 호텔 지점이 있기도 해요. 3daysofdesign에서는 빕 본사가 있는 호텔을 개방해서 볼 수 있었는데, 사이즈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100평이 넘는 광활한 객실은 빕의 모든 라인을 한 공간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쇼룸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습니다. 80년이 넘은 디자인 브랜드의 시작이 페달 휴지통이고, 절대 저렴하지 않은 이 생활용품이 국민 휴지통이 될 수 있었던 시민들의 안목, 기성품이 아닌 주문 제작 가구까지 만들다 이제는 호텔까지 스무스하게 확장한 스토리, 빕이 주는 상징성이 코펜하겐 디자인 씬의 큰 자산이라고 봤습니다.

VIPP 쇼룸
VIPP 쇼룸

6. FRAMA

#멀티의장인 #디자인스튜디오 #리빙브랜드 #자연주의 #알루미늄가구

Frama를 정의하는 말은 다양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리빙 브랜드, 스킨케어 브랜드, 스토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만큼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모자람이 없어요. 2008년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한 프라마는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하며 그 이름을 알렸는데요. 디자인 스튜디오뿐 아니라 리빙 브랜드로서의 존재감도 꽤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실제로 가서 보니 코펜하겐의 전시장 곳곳에서 프라마의 핸드워시, 핸드크림을 볼 수 있었어요. 로컬 브랜드에 대한 도시의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프라마 전시장 옆에 붙어있는 Apotek 57도 프라마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인데, 그릇, 커트러리, 음식까지 범상치 않았어요. 자연주의에서 시작한 브랜드 정신이 디자인, 스킨케어, 식음료 업장 등 고르게 균형을 유지하며 운영되는 모습이 이상주의 그 자체라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프라마 매장과 Apotek 57 카페
프라마 매장과 Apotek 57 카페

7. Studio X

#인스타그래머블 #편집샵 #디자인스튜디오

Studio X는 노만 코펜하겐에서 우연히 마주친 토탈마블 팀이 없었다면 놓치고 못 볼 뻔했던 스팟입니다. 좌측의 작은 쇼룸과 Studio X Kitchen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측으로 가면 디자인 스튜디오, 샵이 같이 모여있는 공간이 더 있었어요. 이곳은 놓인 모든 가구와 소품이 하나의 전시였어요. 코펜하겐의 다른 공간은 전반적으로 오래된 건물이 주는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면, Studio X는 디자인 잘하는 스튜디오의 디스플레이는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 모멘트 그 자체였습니다. 기둥이나 천장 마감이 눈에 띄었는데 기존에 마감된 플라스터를 벗겨내고 샌드블라스트 처리했다고 합니다. A.petersen에서 봤던 1,000만원이 넘어가는 아크릴 장식장도 있었어요. 안쪽 공간에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답게 샘플북들이 쌓인 책장이 있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인데 큐레이션이 이렇게 만렙을 찍은 편집숍을 함께 운영하다니, 코펜하겐은 기본적으로 멀티 플레이어들이 살아남는 도시 같아요.

Studio X
Studio X

8. Kristina Dam Studio

#미니멀리즘조각 #테라코타 #오브제 #10주년축하

우연히 발견해 들어간 이 스튜디오는 미니멀리즘 조각을 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우드, 대리석 등 다양한 소재로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곡선이 많이 사용된 오브제의 디자인은 힘이 있었어요. 테라코타는 포르투갈, 스틸 작업은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소재를 가공해 제품을 제작한다고 해요. 블랙 컬러의 10주년 기념 조각상이 입구에 있었고, 가장 최근에 작업한 테이블 제품이 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었어요. 미니멀리즘 조각을 테마로 10년 동안 브랜드를 전개한 스튜디오의 공력이 느껴지는 단단한 공간이었습니다. 

Kristina Dam Studio
Kristina Dam Studio

9. Tableau

#플라워샵 #제품디자인스튜디오 #팝업스토어

Tableau는 멀리서부터 앞에 놓여있는 꽃들과 파란색 바닥 때문에 눈에 띄었어요. 알고 보니, 플라워샵과 제품 스튜디오를 겸하는 공간이었어요. 플라워샵을 운영하기 때문에 화병과 관련해 재밌는 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더군요. 본인들의 제품만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 작가의 팝업 전시를 열어 대부분의 공간을 채웠습니다. 월별로 내용은 바뀌는데, 이때는 독일의 작가 'Carsten In Der Elst'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매트리스 회사에서 받은 폼으로 만든 의자, 금속 공장에서 치수를 쓰고 커팅해서 버리는 부분을 이용한 소파 프레임 등 각종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다 남은 산업 폐기물을 가지고 디자인한 가구들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아이들 놀이터에 깔리는 그래뉼로 매트를 만든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Tableau
Tableau

10. Caia Leifsdotter, Arc Journal

#싸이키델릭미러 #스테인레스 #무드보드

Caia Leifsdotter, 이 작가분의 물결치는 스테인레스 작품이 3daysofdesign 전시장 일부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예쁘다 하고 지나쳤는데, 두 번째 발견이 되니 작가분이 누군지 궁금해 물어물어 찾았어요. 우리가 봤던 건물에 있어 도로 올라가서 찾았던 분! 알고 보니 인테리어 디자인과 제품을 같이 겸해서 하고 있었어요. 포트폴리오를 보면 재료 본연의 텍스처를 살리면서 쉐입을 특이하게 뽑는데 유기적으로 잘 어울립니다. 그 외에 매거진 Arc Journal에서 큐레이션한 소재와 가구를 볼 수 있는 전시장도 특유의 잔잔한 에너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크 저널은 1호가 발행될 때부터 직구로 구매해서 봤는데, 매거진의 무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디스플레이였어요.

물결치는 스테인레스, Caia Leifsdotter
물결치는 스테인레스, Caia Leifsdotter

책을 만들었어요!

코펜하겐 디자인 씬에 대한 인상, 눈여겨봤던 스튜디오, 소재, 여행에 대한 소회가 담겨있는 10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을 만들었어요. 왜 10년도 안된 디자인 페어가 이렇게 멋지게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3가지 키워드로 분석한 내용과 콩크 팀이 코펜하겐에서 경험한 것 중 인상적인 것을 33씬으로 압축한 콘텐츠가 담겨있습니다. 코펜하겐 미니북은 콩크 라이브러리에서 볼 수 있어요💕

Door to Copenhagen
Door to Copenh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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